원제는 <나의 첫 번째 글쓰기 시간>이다. 아시아 출판사에서 나왔으며, 2016년 5월 6일 출간된 책이다. 좋은 SEO 글이 아니다. 아마 노출을 위한 글이라면 다음과 같이 적었을 것이다.
제목 / 나의 첫 번째 글쓰기 시간
저자 / 이남희
출간일 / 2016년 5월 6일
출판사 / 아시아
초보자가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방법들
이 책은 작가들이 글을 쓰는 비법을 소개하여 처음 글을 쓰기 시작하는 초보자들에게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다양한 방법을 소개하고 있다.
라고 정의할 수 있다. 하지만 늘 드는 생각이지만 초보자는 절대 작가들의 글쓰기 비법을 배울 수 없다. 그건 불가능하다. 어린아이에게 100m 마라톤을 시키는 것과 같다. 작가가 되려면 처음부터 좋은 글을 읽고 배워야 한다. 하지만 글쓰기는 단계가 필요하다. 처음부터 작가가 쓰는 방식을 사용하면 극소수 외에는 모두 포기하고 만다. 사실 이게 처음 글쓰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는 딜레마이다.
작가는 올챙이 시절을 기억해 글을 가르칠 필요가 있고, 초보자들은 읽고 또 읽어 겉이 아닌 속 마음을 읽는 훈련이 필요하다. 이 책은 그러한 장점이 잘 드러난 책이다. 그러니까 처음 글을 쓰기를 시작하는 이들에게 좋은 안내서라는 말이다. 책에서 추려낸 초보자들이 배우는 글쓰기 방법이다. 중요한 요점만 추려 정리해 보려 한다. 좋은 책이나 꼭 읽어 보길 권한다.
실제로 글을 써야 한다.
글쓰기 실력을 높이는 방법은 딱 하나다. 일단 쓰는 것이다. 아무리 많은 연구를 하고 조사를 해도 글로 나오지 않으면 아무런 소용이 없다. 짧든 길든 일단 쓰자. 그래야 실력이 생긴다. 저자는 '많이 써보는 것 이상의 지름길은 없다'(17)고 단언한다.
다작, 전문작가가 되려는 게 아니라 그냥 글을 잘 쓰는 사람, 자기 마음을 개성 있게 혹은 자기답게 글로 표현하고 싶다고 해도 역시 많이 써보는 것 이상의 지름길은 없다. 실제로 글을 써보는 것은 글쓰기의 이런저런 규칙을 많이 배우는 것보다 훨씬 효과적인 공부법이다. (17)
'몸 익힘'이란 표현이 참 좋다. 글은 몸으로 익히는 것이다. 마치 자전거를 배우듯 말이다. 아무리 자전거 타는 법을 배우면 뭘 하나? 실제로 타보지 않으면 탈 수 없는 걸. 글도 마찬가지다. 그러니 지금 당장 무엇이든 써라.
글은 엉덩이의 힘으로 쓴다고 하듯, 무조건 버티면서 쓰면 솜씨는 늘게 되어 있다. 글쓰기를 배운다는 건 실제로 쓰는 과정을 통해 몸으로 한 단계, 한 단계씩 밀고 나가는 일이다.
넘어지고 자빠지고, 자신의 글에 감격하고 실망하고를 끝없이 반복하며 글쓰기 실력이 높아간다.
메모 습관을 길러라.
글쓰기 메모는 일반 메모와는 약간 차이가 난다. 소위 글감을 적는 것이다. 작가들은 끊임없이 메모하고 생각한다. 글감을 찾는다. 아니 만들어내야 한다. 글쓰기가 자신의 업이기 때문이다.
떠오른 것은 무조건 쓴다. 제대로 된 글이 아니어도 좋다. 낙서여도 좋고, 마구 휘갈긴 그림 돼버려도 괜찮다. 내가 그 내용을 알 수 있기만 하면 된다. (33)
오래된 책이라 그런지 저자는 노트 이야기를 자주 한다. 나도 노트를 자주 사용한다. 하지만 요즘은 스마트폰에 노트 기능이 있어 편리하게 사용한다. 특히 사진도 즉석 해서 찍을 수 있어 편리하다. 나의 경우는 산책을 하면서 스마트폰으로 풍경이나 소소한 일상을 담아 놓는다. 후에 사진을 열어보면 그때의 생각이 나고 그 사진을 매개로 글을 쓰기도 한다. 녹음 기능도 있어 목소리로 남겨 놓고 싶을 때 녹음을 해둔다.
하여튼 이것이 완성된 글이 아니어도 글로 만들어 놓아야 한다는 것이다. 토막글이든 긴 글이든 말이다. 이런글은 제대로 된 글의 씨앗과 같다. 작은 토막글이 발화가 되어 멋진 글로 자라난다. 스쳐가는 생각, 느낀 점 등을 담아 놓는다.
한 문장으로 써보라.
한 문장은 글의 소재 또는 주제가 된다. '나는 등산을 갔다'는 그냥 사실의 기술일 뿐이다. 하지만 '등산을 가서 옛 친구를 만나 지난 날의 오해를 풀었다.'라면, '대화는 오해를 풀게 한다'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렇게 한 문장으로 요약해 보는 것은 글의 전체 방향을 설정하는 것과 같다. 저자는 이것을 글의 소재 또는 주제로 표현하다.
우리가 경험한 것들은 없어지는 게 아니라 평소엔 의식의 빛이 닿지 않는 기억 저편 무의식에서 잠자고 있다. 그러다 어떤 의도나 목적을 갖고 찾게 되면 깨어나 살아 있는 기억으로 변하는데, 이때 글을 쓰는 목적이나 의도를 주제라고 할 수 있다. (45)
주제를 발견하는 방법은 어렵다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쉽다. 지금까지 자신이 경험한 것을 바탕으로 풀어내면 좋다. 그래서 메모나, 일기 쓰기가 중요한 것이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경험을 하고 사는가. 그것을 글로 표현해 보는 것이다.
이제 소재 이야기를 해보자. 소재는 표현의 대상을 말한다. 저자는 소재를 '추상적인 주제를 구체적인 이야기로 보여주는 재료, 현실감 살리는 글의 몸체'(45)라고 말한다. 소재는 주제가 되는 글을 표현해 내는 다양한 재료들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감정, 느낌, 생각, 등산 등이 글의 소재 즉 양념이 되어 버무려져 '대화는 오해를 푼다'는 주제라는 요리를 만들어 낸다. 소재를 잘 활용해야 한다. 소재의 특성을 잘 파악하여 넣거나 빼서 자신의 원하는 주제를 긴장감 있게 풀어내야 한다. 그러니 글쓰기는 요리와 다르지 않다.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는 글, 공감을 불러 일으키는 문학으로서의 수필의 소재는 일단 인간에 대한 이야기여야 한다. 나아가 인간에 대한 탐구여야 하고, 인간의 조건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것이어야 한다. (57)
글의 짜임새 갖추기
짜임새는 다양한 소재를 잘 버무려 한 편의 글로 만들어내는 전체적인 구성이다. 즉 평범한 이야기를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흥미로운 글이 되기도하고 밋밋한 글이 되기도 한다.
잘 짜인 구성은 때로 평범한 이야기도 흥미진진하게 만들어 독자를 사로잡곤 한다. 추리소설이나 스릴러물을 떠올려보자. 마지막 장을 덮고 나면 별 이야기가 아니었다 싶은데도 읽는 동안 내내 눈을 떼지 못했다. 바로 구성의 힘이다. (69)
사건을 연대기적으로 서술할 것인지 아니면 극적 긴장감을 주기 위해 도치법을 사용할 것인지는 작가가 글을 어떻게 구성하느냐에 따라 달라진다. 연대기적 흐름이 나쁘다는 것은 아니지만 대체로 흥미를 끌어내지 못한다. 이전 글에 [창작 노트 -첫사랑 그러나]는 전형적인 연대기 기법으로 쓴 글이다. 이 글은 후에 민수와 은지가 만나는 장면부터 시작되도록 적을 생각인다. 갑작스러운 만남을 통해 사람들은 두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호기심을 갖게 될 것이다. 두 사람의 회상을 사이사이 넣으면서 결국 첫 사랑이 이루어진다는 내용을 다루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동일한 이야기만 흥미는 배가 된다.
긍정문으로 써라.
가끔 들어보기는 했지만 이 책에서는 유난히 강조한다.
긍정적인 표현 위주의 글이 에너지가 넘친다. 부정적인 문장이 나오면, 되도록 뜻이 같은 긍정적인 표현을 찾아내 바꾸도록 한다. 긍정적인 표현은 따스한 감정으로 글을 감싸 읽고 싶게 만들고 기억에 오래 남게 해준다. (95)
정말? 확신이 가지 않는다. 예를 보자.
변덕이 심하다.
→ 관심사가 많다(○) 창조적이다.(×)
변덕을 많은 관심사로 바꾸었지만 '창조적'이란 말로 바꾸면 안 된다. 본래의 의도와 동떨어진 단어를 사용하면 오히려 좋지 않게 된다. 저자의 의도는 알겠지만 이 부분은 흔쾌히 동의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글이 전체적으로 긍정적이면 확실히 포근하고 에너지가 넘치는 것은 사실이다.
문단을 나누어라.
글쓰기 초보자의 가장 큰 특징 중의 하나는 문단을 적절하게 나주지 못하는 것이다. 어떤 분은 한 문장 쓰고 문단을 나누고, 두 문장 쓰고 문단을 나눈다. 어디까지가 생각의 덩어리인지를 알 수가 없다. 한 문단은 300자 내외가 괜찮다. 조금더 짧거나 조금더 길어도 괜찮다. 독자들은 한 문단은 쉬지 않고 읽는다. 쉬었다 다시 다음 문단으로 넘어간다. 문단이 짧아 너무 많으면 골목길에 방지턱이 많은 것 같아 마음이 불편해진다. 하지만 어느 정도 달리고 나서 문단이 나뉘며 잠깐 쉬어가는 쉼터가 된다.
균형 잡히고 읽기 쉽게 쓰려면 글을 문단 단위로 생각해야 한다. 문단(단락)은 글을 이루는 덩어리다. 문단에는 소주제문이 있고 그것을 떠받치는 뒷받침 문장들이 있다. (101)
문장도 중요하지만 문단은 더욱 중요하다. 문단이 짧으면 읽기는 쉬우나 생각할 틈이 없다. 문단이 길어지면 생하게 만들어지만 읽는데 힘이 많이 든다.
퇴고, 수정하고 삭제하기
마지막은 퇴고를 잘 해야 한다. 퇴고의 정석은 삭제다.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 아니면 과감하게 삭제하는 것이다. 하지만 쉬운 일이 아니다. 애써 쓴 글을 지워야 하는 고충은 자신의 살점을 떼어 내는 것처럼 고통스럽다. 문장을 다듬고 흐름이 어색하지 않도록 하는 일도 쉽지 않다. 초보자는 아무리 읽어도 무엇을 지우고 수정해야 할지를 잘 모른다. 하지만 하다도면 알게 되고, 점점 익숙해 진다. 전문가들은 퇴고를 최소 며칠에서 몇 달을 묵혀 두라고 말한다. 자신의 글을 타자화 시킴으로 필자가 아닌 독자의 관점에 가까워지기 때문이다. 그럼 더 좋은 글이 완성된다.
좋은 책이다. 이론과 실용성이 적절하게 배합되어 있다. 글쓰기에 관심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참고할 책이라 여기며 기꺼이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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