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든 쓰게 된다.
도서구입 2022년 11월 26일
장소 YES24 중고서점 수영F1963점
몇 단 만인가? 요즘은 책을 거의 구입하지 않는다. 돈도 없거니와 책을 사면 공간을 많이 차지하니 둘 공간이 적당치 않아 참고 또 참는다. 하지만 오늘은 사야 겠다는 마음이 앞섰다. 그래서 예스24 중고서점에 들러 몇 권 구입니다.
김중혁 / 무엇이든 쓰게 된다. / 위즈덤하우스
허정도 / 도시의 얼굴들 / 지앤유
홍승은 /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 어크로스
장영은 /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 민음사
김민영 외 3명 / 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 / 북바이북
제대로 된 글을 쓰고 싶지만 쓸 수가 없다. 실력도 없거니와 글을 쓸 수 있는 상황이 도무지 열리지 않는다. 원래 정상적인 계획이라면 지금쯤 시골에 집을 얻고 내려가 혼자 글을 쓰며 살 생각이었다. 하지만 카카오 대란이 터지면서 모든 것이 수포로 돌아갔다. 그리고 다시 바닥으로 주저앉았다. 어찌 내 마음대로 된 적이 있었던가? 글 그렇게 살았지만 이번에는 참 마음이 아프다.
우울한 마음이 들어 해가 지기 전 산책을 했다. 어제 산 백에 카메라를 들고 세탁소에서 기장을 줄인 츄리닝을 찾아 넣었다. 걸어 걸어 예스24까지 걸어갔다. 그리 가깝지는 않으나 운동까지 생각하면 그리 먼 거리는 아니다. 평상시는 밤 8시나 9시경에 땀복을 입고 공원을 두 바퀴 돌고 나면 4200 걸음 정도가 나온다. 그렇게 두 바퀴 반을 돌면 6천 걸음이 채워진다. 거의 한 달을 거니 습관이 된 것인지 가지 않으면 좀이 쑤신다.
하지만 오늘은 볕을 보고 싶었다. 낮에 가니 땀복도 입지 않을 것이고 단지 산책하는 정도가 될 것이다. 장 보러 가는 날이 아니면 낮에 거의 나가지 않은 탓에 오늘은 낮에 걷고 싶었다. 주말이라 그런지 사람들이 너무 많아 놀랐다. 모두 아이들과 함께 온 가족들이 많았다. 아니면 연인들끼리. 수개월 전에 갔을 때는 사람들이 거의 없었는데... 그동안 소문이 많이 난 모양이다.
아마 예스24가 없었다면 굳이 그곳에 가지 않았을 것이다. 대숲을 산책하고 서점으로 들어갔다. 서점에도 많은 사람들이 있었다. 글쓰기와 인문학 코너 앞에서 한참을 앉아 책을 골랐다. 딱히 뭘 사고 싶다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찾고 또 찾아 다섯 권의 책을 구입했다.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
내 기억이 틀리지 않다면 김중혁의 <무엇이든 쓰게 된다>는 예전에 샀을 것이다. 깊은 이론이나 방법을 말하지 않는다. 토막글을 겹겹이 쌓아둔 책이다. 무성의해 보이기도 하고, 알찬 내용을 토막글로 읽기 편하게 골라 놓은 것 같기도 하다. 난 이런 글이 좋다. 짧지만 강력하다.
"평소에 우리는 삶을 관찰하지 않는다. 삶의 미세한 틈을 눈여겨보지 않는다." (15)
하여튼 이런저런 쓸만한 내용이 없다. 압출된 탓인지 적실적인 표현 때문인지 긴 여운은 없으나 무겁지 않게 글쓰기를 재촉한다. 그냥 글을 쓰고 싶다. 맘에 든다. 초보자나 중급자들이 꼭 한 번 읽어 보면 좋을 책이다.
장영은의 <쓰고 싸우고 살아남다>
민음사에서 나온 책이다. 저자가 생경스러워 저자 소개글을 읽었다. 나이는 좀 있어 보이고, 성균관대 박사, 연세대 젠더연구도 재직 중이다? 지금은 모르겠다. 세 가지 주제, 그러니까 쓰고, 싸우고, 살아남은 25명의 여성 작가들의 일생과 글쓰기를 짤막한 백과사전 인물 소개처럼 풀어내고 있다. 즉 페미니즘을 표방하고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다. 난 페미니즘의 깊은 의미를 모르니 질문은 하지 마시길...
"무엇보다 스물다섯 명 모두 예외 없이 책을 지독하게 사랑했다. 도서관과 서점은 그들에게 또 다른 집이자 학교였다. 치열하게 읽었다. 평생을 쓰거나 읽으면서 살았다. 여성 작가들은 하나같이 오랫동안 좋은 독자였다가 어느 날 멋진 작가가 되었다. 이들은 모두 자신의 결함과 한계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조금씩 극복해 나갔다." (7)
"도리스 레싱은 94세까지 도전을 멈추지 않는 작가로 살았다." (31)
나도 그렇게 살고 싶다.
홍승은의 <당신이 글을 쓰면 좋겠습니다>
이틀 전 화가이면서 수필가인 어느 작가분의 수필을 들었다. 작가에게 허락받고 낭독하는 유튜브였다. 그러고 보니 요즘 그런 채널이 의외로 많은 다. 가장 좋아하는 채널은 <happy reader북튜브>이다. 그냥 목소리가 딱 좋다. 은은하게 들려주는 목소리가 마음을 편하게 한다. 하여튼 그런 비슷한 채널이었다. 3편의 수필은 연속 낭독했는데, 글을 너무 좋지 않았다. 그냥 글쓰기 실력이 조금 있는 환갑이 넘은 여성이 쓴 글 같았다. 실명을 밝히면 안 되니.. 그래도 하고 싶은 말은 글쓰기를 기본부터 배웠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일상적 언어를 밋밋한 표현으로 쓰니 더욱 재미없었다. 한 편이 끝나고 두 번째... 설마 세 번째 까지.. 하지만 역시 세 번째 글도 재미가 없었다. 지금 무슨 이야기를 하려는 것인지...
홍승은... 이 분 또한 내가 알지 못한다. 하기야 어찌 이런 작가를 내가 알 수가 있으랴... 글을 쓰고 책을 쓰는 방법을 소개학 있다. 저자의 삶을 오롯이 담은 듯하다.
"사람은 몇 가지 키워드로 고정되지 않고 끊임없이 변화하는 불확실한 존재라는 것을" (007)
"나는 글쓰기와 페미니즘이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013)
"방대한 서사 중에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머뭇거리는 사람들에게 내가 글을 써왔던 경험을 공유했다." (023)
체계적인 순서를 따르지 않는다. 글은 종종 길을 잃거나 방황한다. 전형적인 여성형의 글이다. 예전에 참 싫었는데 요즘은 이런 게 좋다. 모호함의 글쓰기...
허정도의 <도시의 얼굴들>
언뜻 도시의 야기를 적은 듯하다. 도시의 골목길이든가, 도시 공간의 의미 등등... 예상은 빗나가지 않았지만 내용은 생각보다 '훨씬' 좋았다.
"장소가 사라지면 기억은 훼손되고 훼손된 기억은 서서히 지워진다." 저자의 말에서
마산 사람이다. 마산과 얽힌 16인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참 좋은 책이다. 마산은 시간 내어 깊어 들어가고픈 곳이다. 이런 책이 있었다는 것이 정말 좋다.
순종, 이극로, 김명시, 나도향, 이원수, 옥기환, 백석, 임화와 치하련, 명도석, 천상병, '산장의 여인', 김춘수, 김주열, 김해랑, 김수환.... 틈이 나는 대로 읽고 싶다. 그리고 그곳에 가보고 싶다.
김민영 류경희 오수민 이혜령의 <온라인 책 모임 잘하는 법>
김민영은 오래전부터 알았다. 그녀의 책은 몇 권 가지고 있다. 철학과 사유적 글쓰기보다는 기능적 글쓰기에 가깝다. 이 책은 코로나 시대를 맞아 어떻게 온라인으로 독서 모임을 할 것인가에 대한 여러 이야기와 경험을 담고 있다. 김민정은 글을 편하게 잘 쓴다.
"책 모임은 서로에게 물드는 시간이다. 두려움을 내려놓고 서로에게 물들어보자." (39)
온라인 책 모임을 어떻게 인도할지에 대한 다양한 노하우가 있으니 온라인 독서모임을 하려는 분들이라면 참고 하면 좋을 책이다.
독서 일기 정말 오랜만에 쓴다. 예전에 참 많이 썼는데... 여유를 잃지 않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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