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승훈이 <부산은 넓다>의 저자인 줄 꿈에도 몰랐다. 그러고 보니 글이 비슷하다. <부산은 넓다>가 최근에 가깝다면 <부산의 탄생>은 고대로부터 근대에 이르는 유구한 역사의 단편들을 다룬다. 그래서인지 더 정이 간다. 진정한 부산을 알고 싶다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이다. 책은 3부 6장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쪽수가 500쪽에 가깝다. 수많은 사진과 더불어 현대의 부산이 있기 전, 고대-근대의 부산을 다방면으로 스케치한다. 책은 전체적으로 일제강점기 전후를 다루지만 종종 고대의 기억을 끌어와 덧칠한다.
현대의 부산은 당연히 한국전쟁(6.15)으로부터 시작되어야 마땅하다. 일제강점기 부산은 개항항으로 중요한 역할을 하기는 했지만 그리 중요한 항은 아니었다. 부산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중요한 의미를 가지게 된 것은 한국전쟁 때문이다. 또한 그로인해 부산이 갖는 독특한 특징들이 만들어진다.
저자는 이러한 필자의 생각에 부합되는 적절한 노래로 시작한다.
논보라가 휘날리는
바람 찬 흥남부두에
목을 놓아 불러봤다 찾아를 봤다.
금순아 어디를 가고
길을 잃고 헤매었드냐
일사 이후 나 홀로 왔다.
현인이 부른 [굳세어라 금순아] 1절이다. 현인상은 영도대교를 건너 영도 경찰서 근처에 세워져 있다.
전쟁의 아픔은 <굳세어라 금순아>로 끝나지 않는다. 사십 계단에서 슬피우는 피난민과 경상도 아가씨의 애틋함을 노래한 <경상도 아가씨> 또한 당시 시절의 아픔을 담고 있다.
피난 시절 다양한 이야기가 있지만 판자촌은 부산과 뗄 수 없는 인연이다. 평지가 거의 없었던 부산에 갑자기 수백만의 피난민들이 몰려왔으니 집은 차고 넘쳤다. 남의 집 마당에 자는 것은 당연하고, 길거리에 틈만 있으면 비만 가릴 수 있는 천막을 치고 지냈다. 그러한 공간을 얻지 못한 대부분의 사람들은 산으로 산으로 올라갔다. 판자를 잇대어 집을 짓고 살았다. 유독 산이 많은 부산에 산마다 수많은 판잣집들이 생겨난 이유다. 판잣집들이 하꼬(일본말, 상자) 같다 하여 '하꼬방'이라 불렀다. 지금도 부산 사람들은 좁고 작은 집이나 방을 하꼬방이라 부른다. 물론 나이 든 사람들에게 통하는 말이지만.
부산 근현대 역사에 관심이 있는 이들이라면 반드시 읽어야 할 책 중의 한 권이다. 부산이 왜 제2의 도시가 될 수 있었는지, 부산의 중요한 의미를 가진 동래와 항구로서의 의미, 수영에 대한 기록들을 수많은 사진들과 더불어 읽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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