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을 쓰면서 음악을 듣지 않는다. 아니 듣질 못한다. 음악을 들으면서 글을 쓰면 흐름이 깨지고 음악을 따라간다. 누군가는 신나고 시끄러운 음악을 들으면서 고도의 집중력을 발취한다. 솔직히 난 그들이 부럽니다. 음악도 들으면서 글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7080 음악을 무척 좋아한다. 물론 그 이전 가요도 좋아하고, 90년대 초반에 나온 음악도 좋아한다. 하지만 가장 많이 듣고 흡족해하는 음악은 7080년대 음악이다. 그중에서 포크송을 가장 좋아한다. 예를 들면, 샌드 패블즈의 <나 어떡해>, 김만수의 <푸른시절>, 해바라기의 <이젠 사랑할 수 있어요> 등이다. 딱 한 곡만을 고르라면 한경애의 <옛 시인의 노래>다. 가사와 멜로디가 어디 하나 흠이 없이 완벽하다. 물론 나만의 생각이겠지만.
한 번 들어 보시길...
[옛 시인의 노래 가사]
마른나무 가지에서 떨어지는 작은 잎새 하나
그대가 나무래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우리들의 사이엔 아무것도 남은 게 없어요
그대가 나무라 해도 내가 내가 잎새라 해도
좋은 날은 시인의 눈빛 되어 시인의 가슴이 되어
아름다운 사연을 태우고 또 태우고 태웠었네
시인의 귓전에 맴도는 낮은 휘파람 소리
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 그 옛날의 사랑 얘기를
좋은 날은 시인의 눈빛 되어 시인의 가슴이 되어
아름다운 사연을 태우고 또 태우고 태웠었네
시인의 귓전에 맴도는 낮은 휘파람 소리
시인은 시인은 노래 부른다 그 옛날의 사랑 얘기를
그 옛날의 사랑 얘기를
'시인의 눈빛 되어 시인의 가슴이 되어' 아름다운 문구다. 가슴을 절이는 멜로디는 어떻고. 운동할 때도, 운전할 때도 듣는다. 하지만 글을 쓸 때는 들을 수가 없다. 아무리 좋은 음악이라도 집중을 방해하기 때문이다.
글을 쓰면서 생각을 하고 속으로 말을 한다. 생각에 몰입되어 한 자 한 자 써 내려간다. 이때 음악을 들으면 기분도 좋고 마음도 풀리지만 글쓰기는 더 이상 할 수가 없다. 음악을 따라가기 때문이다. 아무리 좋은 음악도 집중해서 글을 쓸 때는 꺼야 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중간에 분위기를 느끼기 위해 한 번 듣기는 했지만 곡이 끝나자 유튜브를 닫았다.
문득 예전에 나는 공부할 때 음악을 들었던가 싶다. 아무리 생각해도 음악을 들으면서 공부한 적은 없는 듯하다. 음악은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활동이나 공간에서 들었던 기억이 난다. 이렇게 보면 음악과 나는 한 몸이 되지는 못한 것 같다. 음악은 음악으로서만 존재하고 나는 나로서 살아간다. 좋은지 나쁜지는 모르겠다. 책에서도 이런 습관이 좋다 나쁘다는 읽어 본 적은 없는 것 같다. 다만 음악을 들으며 공부하거나 글을 쓰는 사람의 이야기는 종종 들었다.
글쓰기와 음과는 상관이 있을까? 혹시나 싶어 검색을 해보니 의외로 많은 연구자료들이 보인다. 케이시대학교 교양학부 이란은 <글쓰기 수업에서 음악과의 융합 가능성에 대한 탐색적 연구>라는 소논문에서 이렇게 말한다.
쓰기 도구로서 음악을 활용하는 것에는 몇 가지 부가적 장점이 있다. 음악은 학습자들의 삶에서 매우 친근하며 편안하고 익숙한 환경이다. 음악에 거부반응을 일으키는 경우는 거의 없기 때문에 음악을 글쓰기라고 하는 엄격한 사고 활동에 접목하면 딱딱한 글쓰기 활동에도 흥미가 전이될 가능성이 크다. 불안 심리나 자기 억제와 같은 정의적 여과장치의 활동을 다스려주기 때문에 글쓰기 활동에 효과를 준다.
이 외에도 많은 자료가 있다. 대부분의 거의 비슷한 맥락이다. 하지만 왜 나는 글을 쓰면서 음악을 듣지 못하는 것일까? 혹시 나만 그럴까? 다른 사람들은 글을 쓰면서 음악을 들을까? 특히 글을 전문적으로 쓰는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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