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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러이야기

글쓰기와 운전

by 꿈꾸는몽당연필 2022. 11.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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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는 운전과 닮아 있다. 수동 기어가 들어간 자동차라면 더욱 그렇다. 나는 스물한 살 때 처음 운전을 배웠다. 친구 집에 있던 베스타 승합차였다. 기아에서 출시된 베스타는 현대의 그레이스와 더불어 승합차를 대표했다. 어느 날 친구는 나에게 운전을 가르쳐 준다면 시골길로 갔다. 한 시간에 한 대가 지나칠까 싶을 정도로 한적한 곳이었다. 당연히 수동 기어였다. 당시만 해도 자동 기어는 거의 없었다. 친구는 차에서 내리더니 대신 나에게 운전석에 앉으라고 했다.

 

먼저 브레이크를 밟아.

그 다음은 사이드 브레이크를 풀어.

잘하네.

그다음은 클러치를 밟아.

클러치는 왼쪽 발아래 있어. 밟았어?

응.

그럼 기어를 1단으로 넣어. 이게 기어봉이야.

1이라고 써진 곳이 보이지. 그곳에 넣으면 돼.

그다음은 왼쪽 발을 천천히 떼.

 

시동이 꺼진다. 두 번째는 성공이었다. 차는 천천히 앞으로 나갔다. 아니 정말 빨랐다. 내가 보기엔. 그렇게 넓어 보이든 길이 운전석에 앉으니 좁아서 도랑에 빠질 것 같았다. 나도 모르게 운전대를 꽉 잡았다. 3분 정도 되었을 즈음 진땀이 흘러내렸다. 친구와 자리를 바꾸고 나서야 알았다.

 

 

 

 

 

친구는 틈만나면 나를 불러내 운전을 가르쳐 주었다. 지금 생각하니 보통 녀석이 아니다. 누가 그렇게 해줄 수 있을까? 하여튼 그렇게 운전을 배우기 시작했다.

 

운전에 어느 정도 익숙해 지자 좁은 논길도 다니기 시작했다. 좁은 길은 아니었다. 거의 4m 정도 되는 넓은 길이었다. 하지만 내 눈에는 너무나 좁았다. 친구는 괜찮다면 달려 달려 하지만 난 도무지 속도를 낼 수가 없었다. 왜 그리 길이 좁아 보이는지. 그리고 속도가 붙으면 기어를 한 단계 높여야 하는데 기어봉을 보고 기어를 넣을 수도 없고, 클러치를 급하게 놓으면 시동이 꺼지기 일쑤였다. 그래도 시간이 흘러 1주일 정도 되었을 땐 기어도 보지 않고 넣었다. 하지만 길은 여전히 좁아 보였다. 시간이 갈수록 좁았던 길은 차가 다니기에 충분히 넓어 보였다. 어디 그뿐이랴 기어는 보지도 않고 넣을 수 있게 되었다. 엔진 소리만 듣고도 기어를 높아야 할지 낮춰야 할지를 알게 되었다. 감이 생긴 것이다. 보지 않고도, 생각하지 않고도 운전을 할 정도가 되었다.

 

글쓰기는 어떤가? 글쓰기를 20년 넘게 해 오면서 운전과 닮았다는 생각을 종종 한다. 처음 글쓰기를 배울 때 100자 쓰기도 힘들다. 하지만 쓰다보면 10자가 100자가 되고, 100자가 100자가 된다. 중학교 때였다. 선생님은 숙제로 노트 한쪽을 다 채우는 일기를 써오라 하셨다. 책에 앉아 노트를 펼쳤다. 당시 노트는 약간 누런 색이었다. 아무 생각이 들지 않았다.

 

아침에 일어났다.

옷을 입었다.

씻었다.

밥을 먹었다.

버스를 타고 학교에 갔다.

공부를 했다. 하교했다.

 

또 뭘 써야할까? 지금까지 단 한 번도 글쓰기를 배워 본 적이 없었다. 이게 우리나라 공교육의 피폐다. 선생님이 칠판에 쓰면 복사하듯 베껴 쓰는 것이 공부였다. 그러다 처음으로 글을 써오라고 했으니 무슨 글을 쓸 수 있었겠는가. 국민학교 숙제인 일기도 여기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매일 아침에 일어나고 밥 먹고 놀았다가 전부였다. 매일 다른 점이 있다면 민수 집에 간 것이 진수 집으로 바뀌고, 산수 공부한 게 국어 책 읽기로 바뀌는 것이 전부였다.

 

서른이 다 되어 글쓰기를 배우기 시작했을 때도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물론 나이가 들면서 나름 일기도 쓰고 다양한 글을 쓰기를 했지만 깊이 생각하며 쓰거나 글을 잘 쓰기 위한 노력이 들어간 적은 없었다. 글쓰기 관련 책들을 사서 읽고, 하나하나 배워 나갔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일상을 소재로 즉석해서 글을 쓰는 수준까지 오른 것이다.

 

처음엔 생각을 풀어내는 것이 너무나 어렵다. 생각이 글로 나오는 것은 결코 쉽지 않다. 하지만 연습을 계속하면 마음의 생각이 점점 글로 시각화되어 나타난다. 지금도 글을 쓰면서 속으로 생각의 말을 한다. 앞뒤 문장들을 생각하면서 글을 체계적으로 써 내려간다. 긴 글을 쓸 때는 메모지에 전체적인 흐름을 적거나 소제목을 적기도 하지만 짧은 글은 즉흥적으로 쓴다. 즉흥적이라고 해서 논리가 없거나 막무가내로 쓰지 않는다. 뭔가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면 머릿속에 서론 본론 결론을 염두에 두고 쓰기 시작한다. 이 글이 초반에 운전 이야기를 꺼내는 것도 그 때문이다.

 

 

 

 

어느 정도 운전에 익숙해 지면 일반도로는 쉬게 달린다. 엔진 RPM에 따라 기어를 바꾸면 문제없이 달린다. 하지만 언덕을 오르거나 후진해서 주차할 때는 빠른 속도와 감이 필요하다. 초보자는 4단으로 언덕을 올라가다 저단으로 바꾸지 않아 엔진 꺼뜨리기도 한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초보자는 언덕에서 시동을 걸고 다시 올라가는 것이 정말 어렵기 때문이다. 결국 내려가기를 거듭해 평지까지 후진한 다음 1단 기어를 넣고 언덕을 올라가는 이들이 많다.

 

운전에 능숙한 사람들은 4단으로 올라가 힘이 부족하다는 느낌이 들면 곧바로 기어는 3단으로 바꾸고, 그댈 힘이 부족하면 2단으로 기어를 내린다. 저단기어는 동일한 출력으로 시동을 꺼뜨리지 않고 자동차가 언덕을 오를수 있게 한다.

 

글쓰기도 마찬가지다. 초보자는 영감이 찾아와야 글을 쓰고, 한 번 글을 쓰면 쉬지도 않고 미친 듯이 메달린다. 그러다 병원에 실려 가기도 한다. 하지만 프로는 하루의 정해진 분량만큼 글을 쓰고 펜을 놓는다. 하루 적어도 한 시간 정도는 산책을 하거나 운동을 해서 체력이 고갈되지 않도록 배려한다.

 

하루에 일정한 양만 쓰고 쉬라고 아무리 조언해도 초보자는 그렇게 하지 못한다. 할 수가 없다. 운전을 처음 배운 사람에게 언덕에서는 미리 저단 기어를 사용하고 해도 못한다. 알지만 몸이 따라 주지 않는다. 앎이란 뇌에 저장된 지식이 아니다. 몸으로 행동으로 드러날 때 진정한 앎이 시작된다. 글쓰기도 이렇게 하라 저렇게 하라 가르쳐 주어도 자신이 직접 체득하지 않으면 할 수 없다. 그러니 시간이 필요한 법이고, 연습에 연습이 필요한 법이다.

 

결국 글을 잘 쓰려면 꾸준함과 다작 밖에 없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지금 써라. 그리고 계속 써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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