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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비법

[수필] 감정의 쓰레기를 버리며

by 꿈꾸는몽당연필 2025. 2.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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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친구와 다툰 후

 

아침이 밝았다. 그러나 내 마음은 여전히 어둠 속에 갇혀 있다. 어제 친구와 나눈 말다툼이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는다. 눈을 뜨자마자 그 순간들이 다시금 되살아난다. 친구의 목소리, 그의 표정, 나의 화난 어조가 마치 잔상처럼 남아 있다. 이 감정의 찌꺼기들이 나를 짓누르고 있다.

 

감정의 쓰레기라는 말이 문득 떠오른다. 다투고 나면 마음속에 남아 있는 불쾌함, 억울함, 분노 같은 감정들이 마치 버려야 할 쓰레기처럼 쌓인다. 그런데 그 쓰레기를 그냥 방치해 두면 마음은 점점 더 어지러워진다. 나는 오늘 하루를 이 감정의 무게를 짊어진 채 살아가고 싶지 않다. 이 쓰레기를 치우고, 마음의 평화를 되찾고 싶다.

 

감정을 마주하는 첫걸음

 

심리학에서는 감정을 억누르기보다는 있는 그대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한다.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어제의 나를 다시 떠올려 본다. 친구와 다툰 순간, 나의 감정은 어떤 모습이었을까? 나는 그 순간에 화가 나 있었고, 억울함이 가슴속 깊이 자리 잡고 있었다. 내가 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천천히 되짚어 본다.

 

분노는 종종 그 밑바닥에 다른 감정을 숨기고 있다. 내 경우에는 서운함이었다. 친구가 내 말을 이해하지 못하고, 내 진심을 무시하는 듯한 태도에 서운함이 생겼던 것이다. 그런데 그 서운함을 말로 표현하지 못하고, 대신 화로 폭발시켜 버린 것이다. 나는 그제야 나 자신을 조금 더 깊이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자기 연민과 자기 위로

 

사람들은 종종 자신에게 너무 가혹하다. 나 또한 그랬다. 왜 내가 어제 그렇게 화를 냈는지, 왜 상황을 더 잘 해결하지 못했는지 자책하고 있었다. 그러나 심리학에서는 자기 연민이 치유의 중요한 요소라고 한다. 자기 연민은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마치 친한 친구를 위로하듯이 자신을 따뜻하게 대해주는 것이다.

 

나는 스스로에게 속삭인다. “괜찮아. 너도 힘들었잖아. 그 순간엔 최선을 다한 거야.” 이 말이 처음에는 어색하게 느껴졌지만, 몇 번 더 반복하자 조금씩 마음이 풀어지는 느낌이 들었다. 우리는 모두 완벽하지 않다. 때로는 감정에 휩쓸리기도 하고, 실수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그 모든 경험이 나를 성장시키는 과정임을 기억해야 한다.

 

 

감정의 해독 작업

 

마음속 감정의 쓰레기를 치우기 위해서는 그것을 하나씩 분류하고 해독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나는 어제의 감정을 다시 하나씩 살펴본다. 분노, 서운함, 좌절감. 이 감정들은 모두 내가 느낄 권리가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그것이 나를 계속 괴롭히게 두어선 안 된다. 감정은 느끼되, 그것에 휘둘리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나는 종이에 어제 있었던 일을 적어 내려가기 시작한다. 친구와 나눈 대화, 그때의 상황, 그리고 내가 느낀 감정들을 솔직하게 써 내려간다. 글로 써 보니 머릿속에서 맴돌던 생각들이 조금씩 정리되기 시작한다. 감정은 표현되지 않을 때 더 강력해진다고 한다. 이렇게 글로 내 감정을 풀어내니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용서와 이해

 

감정 치유에서 중요한 또 하나의 단계는 용서다. 용서는 상대방을 위한 것이 아니라, 나 자신을 위한 것이다. 친구를 용서하지 않고 그에 대한 분노를 계속 품고 있다면, 그 감정은 나를 계속 괴롭히고 상처 입힐 것이다. 나는 친구의 입장에서 상황을 다시 생각해 본다. 아마도 친구 역시 나를 이해하지 못해 답답했을 것이다. 서로가 각자의 입장에서만 생각하다 보니 오해가 생겼던 것 같다.

 

용서는 단순히 "괜찮아, 다 잊을게"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상대방의 행동을 이해하고, 그 행동이 나에게 준 상처로부터 자유로워지는 과정이다. 나는 친구를 완전히 이해할 수는 없을지라도, 그가 그 순간에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믿어보기로 한다. 그리고 그 믿음이 나를 조금씩 치유해준다.

 

새로운 시선으로 하루를 시작하기

 

이제 나는 마음이 조금 더 가벼워진 것을 느낀다. 어제의 감정 쓰레기들이 어느 정도 치워졌고, 마음속에는 새로운 여백이 생겼다. 나는 깊게 숨을 들이쉬고, 새로운 하루를 맞이할 준비를 한다. 어제의 나는 나의 일부일 뿐이다. 오늘의 나는 어제와는 다른 나로 살아갈 수 있다.

 

창밖을 보니 아침 햇살이 서서히 퍼지고 있다. 이 햇살처럼 나의 마음도 조금씩 밝아지고 있다. 나는 오늘 하루를 감사한 마음으로 시작하기로 한다. 그리고 필요할 때마다 나 자신에게 따뜻한 위로의 말을 건네기로 다짐한다. 결국, 나의 감정을 가장 잘 치유할 수 있는 사람은 나 자신이라는 것을 깨달았기 때문이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나은 하루가 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고, 천천히 새로운 하루로 발걸음을 내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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